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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비디오평

야비한野卑漢 삼대의 궤적들 - 채길순 소설 "조 캡틴 정전"

갑오농민혁명, 청일전쟁, 일제강점기, 해방정국에 이르는 동안 우리 근현대사는 스스로 내부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민중의 역량이 성숙하여 꽃피웠지만 우리 민족은 외세에 무참히 짓밟히고 민족 자주적으로 문제를 결정하거나 선택할 기회를 잃었다. 1950년에서 1953년 사이 한국전쟁도 세계이념전쟁의 대리전이었다. 해방 후 친일파를 처단할 과제를 지닌 반민특위가 해체되고 친일파들은 준엄한 심판을 받지 않아고 좋았다. 심판받아야 할 그들은 오히려 대한민국의 주류로 행세했다.  
재독동포사회에 잘 알려진 소설가 채길순 교수가 신간소설 '조 캡틴 정전'을 통해  이러한 한국근현대사의 군상을 거울로 비춰 준다. 중국의 루신(魯迅)이 소설 『阿Q正傳(아큐정전)』을 통해 격동의 역사 속에서 흔들리는 자신들의 치부를 진단하듯 작가는 지난 한국 근현대사 백 년의 치부를 진단했다. 
주인공 조씨 3대(조선중, 조달주, 조언택)는 ‘맨드리한 역사’의 주인공처럼 알려졌지만 실은 격동기 때마다 교묘한 처신으로 카멜레온처럼 변신하여 승자가 되고 캡틴으로 착각하고 으스대며 살아간다. 부끄러운 아버지의 삶을 모르거나 혹은 착각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꾸미기 위해 아버지를 포장한다.  
조 캡틴 정전은 또 자칭 캡틴을 둘러싼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 준다. 모반과 배반을 도리어 혁명으로 착각하고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모습에 대해 고발하고 과거의 기억을 지우려 애쓴다거나 눈앞에서 부와 권력을 가진, 이른바 '로열 패밀리'에 굽신거리지는 자들에게 성찰의 거울을 들이댄다.
"중국의 문학 사상가 루신이, ‘역사책만 열면 하품이 나오더니 행간에서 죽고 죽이는 잔혹사를 읽게 되면서 비로소 긴장되었다’고 했다. 우리도 승자들이 관리해온 근현대사의 행간에서 ‘잔혹사’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덮어두어야 할 우리 근현대사의 음습하고 수치스러운 기록이라고 혹자는 말하겠지만 이는 옛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의 발에 밟히는 그늘이다. 단언컨대, 이는 승리자와 패배자 모두를 위한 기록이 될 것이다."
라고 작가는 말한다.
 소설의 구성은 "야비사" 해제로 시작하여  「實記(실기)」, 「歷史(력사)」., 「日記(일기)」. 3부로 이어지며 해제와 각 부 사이와 마무리에 배치된 "겉이야기" 다섯은  각각 "낯선 땅, 이른 봄", "낯선 땅, 늦봄", "낯선 땅 여름", "낯선 땅 가을", " 낯선 땅, 빙등제(氷燈祭)"는 이야기꾼의 이야기 시점인 현재를 반영한다.    

채길순(蔡吉淳)은 

1955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83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고, 1996년 한국일보 광복50주년기념 1억원 장편공모에서 <흰옷 이야기>가 당선되었다. 현재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저서로는 장편소설, 『어둠의 세월』 상,  하, (도서출판 마루, 1993), 장편소설,『흰옷이야기』①-③, (한국문원, 1998), 대하소설,『동트는 산맥』①-⑦, (신인간사, 2000), 『소설창작 여행』, (한올출판사, 2006), 『소설창작의 길라잡이』, (모시는사람들, 2010)가 있다.

    

박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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