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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희의 스카프

막장이라고 비난을 받지만, 팬트하우스는 재미있다. 팬트하우스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 나로서는 마치 청소년 때 성인용 무협지를 보는 느낌이다. 그 곳의 삶은 과장이고 극단이지만 동시에 삶을 솔직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다.

 

그런데 오윤희의 한강 투신이 암시된 시즌 2, 12화 마지막 장면을 두고 논란이 분분했다. 오윤희가 자살을 하느냐 마느쟈, 안 한다면 왜 안 하느냐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그간 오윤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은 이미 스포 덕분에 확인되었지만 어떻게 자살을 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의문이다. 하지만 상징 처리를 통해서 상정해 볼 수도 있다. 

 

스카프와 목걸이. 

 

오윤희가 국회의원 조씨와 함께 일하면서 실장 소리를 들을 때, 오윤희는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나온다. 그 스카프가 목에 있는 상처 때문이란 것은 나중에 알게 된다. 그리고 시즌 2가 떠나갈 무렵 유독 많이 패인 옷을 입은 오윤희의 목이 목걸이 하나 없이 훤하니 열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사이 오윤희는 수술을 통해 일어버린 목소리를 되찾고 또 목의 상처도 말끔히 성형하였다. 즉, 오윤희를 짓누르던 '상처'를 수술해 냈던 것이다. 그렇지만 또 오윤희에게 짓누르는 것이 있었다. 모든 일이 끝난 듯 보일 때 아직 오윤희에게 남아 있는 죄책감 민설아 살해의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오윤희는 죽음을 택한다고 말을 하지 않지만, 이미 설아의 무덤 앞에서 죽음을 택하려다가 복수를 위해 시간을 미룬 것이니만큼 자살을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도달해 있다.

 

그때 스카프가 날아간다. 얼핏 보면 스카프가 날아가고 바로 전철이 지나서 시청자들의 시야를 가리는 것 같지만, 오윤희는 스카프가 날아간 후 몇 초 그라지에 그대로 서 있다. 하얀 자동차가 지나간다. 그 후 전철이 지나가며 시야를 가리고 전철이 지나간 후 오윤희는 더이상 그 자리에 없다. 그리고 다시 스카프가 훨훨 난다. 

 

스카프가 날아간다는 것은 여기서 오윤희가 자신을 짓누르던 마지막 죄책감에서 해방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을 작가가 투신자살이라고 한다면 물론 작가의 몫이겠지만, 여기서는 그 자유가 바로 죄책감으로 인한 망상장애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은별이의 목걸이가 은별의 가격이 결정적인 살해 요인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살인자를 따로 있었듯이, 설아의 목걸이를 갖고 있다고 해서 윤희가 설아를 죽였다고 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윤희의 상상 속에서 윤희는 여러번 설아를 밀어 넘어뜨리는 상상을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윤희가 한 일은 설아가 일하다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모습이다. 

 

윤희의 스카프가 날아가는 장면이 윤희의 죄책감과 망상의 질곡에서 해방되는 순간을 상징하는 것일 수 있을까? 

 

물론 작가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