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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나의 1960년대 1960년대에 시골에 산 적이 있다. 박정희가 들어서서 무슨 의사 TO제란 것이 생겨 대구에서 개업을 할 수 없게 된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4남1녀를 데리고 인근 면 소재지로 이사하셨다. 그 곳에 6년 가량 산 기억은 도시의 삶과 다른 체험을 마음 깊이 남겼다. 우리가 살던 집은 우체국 앞이었는데 큰 길을 건너 오른쪽 목수집 모퉁이에 있는 비탈길을 올라가면 교회 조금 못 가서 담장이 없는 집 안으로 종종 눈이 갔다. 거기에는 나보다 더 어린 아이들 둘이 땅에 앉아 있었다. 그때 그 아이들이 입고 있던 가난은 내가 독일 와서 "전세계를 위한 빵"이란 프로젝트 안내장에 나와 있는 다른 나라 아이들의 남루함을 볼 때마다 떠올랐다. 그것이 나의 고국이고 나의 어린 시절이었다. 내가 다른 아이들보다 도시스러운 .. 더보기
(1) 낯선 사람이 메일을 보내왔다 이제는 기록으로 남겨도 될 때가 된 것 같다. 독일 첫 소녀상 이야기. 그 소녀상은 수원시에서 자매도시인 프라이부르크 시로 보내려고 하던 것이었으나 우여곡절을 거쳐 바이에른 주 레겐스부르크 인근 비젠트 네팔 히말라야 공원에 세워졌다. 2019년 10월 그 소녀상이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다는 소문이 있으니 확인해 보라고 누가 귀띔해 주었다. 나는 진실을 더 자세히 알기가 두려웠다. 아직 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이 그리 쿵당 거리지 않는 것을 보니 이제는 그때 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아야겠다. 지나가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할 수도 있겠다. 시작은 어느 낯선 사람의 메일이었다. 2016년 8월 12일. 직업 목사, 직책 수원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 집행위원장, 용건은 수원시.. 더보기
3백만이 붐비는 박물관 강변 축제 3백만이 붐비는 박물관 강변 축제 프랑크푸르트 8월 마지막 주말 한국음식 부스 다섯 독일사회의 '조용한 천국' 현상이 지루한 이들은 가끔 거리축제에 들뜨고 싶다. 8월의 마지막 주말 (올해는 24일-26일) 프랑크푸르트는 조용한 문화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강변 쪽으로 가지 않는 것이 좋은 시간이이다. 이 때가 되면 마인강변이 밤늦게까지 붐빈다.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프랑크푸르트 박물관 강변 축제가 열리며 3백만이 북적인다. 24일 금요일과 25일 토요일은 밤 한 시까지, 26일 일요일은 자정까지 부대끼면서 지나다녀야 한다. 마지막날에는 불꽃놀이가 있다. 4유로 짜리 축제 단추를 사서 달고 다니면서 사흘 동안 해당 박물관을 일정 범위에서 무료 혹은 할인 출입할 수 있다. 전시와 음악과 공연과 음식이 있.. 더보기
[음악] 마리오네테가 연기 잘 하는 이유 잘츠부르크 마리오네테 극장 공연 '마술피리' 에서 마리오네테가 연기 잘 하는 이유 오페라와 연극과 뮤지컬이 종합예술로서 사람 사이 감정과 이로 빚어지는 운명적 만남과 헤어짐과 극적인 사정을 보여주는데 이걸 사람이 아닌 인형들이 연기한다고 생각해 보자.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는 마리오네테극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인형(Puppe)과 마리오네테(Marionette)는 움직이는 원리가 다르다. 관절이 있나 없나 하는 것이 결정적이다. 관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인형의 움직임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신체 한쪽의 움직임이 관절을 통해 다른 부위에 전달되어 야기되는 몸 전체의 움직임은 바로 그 인형 특유의 유기적 움직임이다. 관절 없는 인형처럼 통째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런 관절인형의 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