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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지나가다 (2013.3)



(Bundesarchiv, Bild 102-14598 / CC-BY-SA)


1933 분서사건 (독일)



"그건 그냥 시작일 뿐이었지. 책을 태우는 사람들은 사람도 태운다네."

19세기 하이네 작품에 나온 이 말은 그로부터 몇십 년 후 사실이 되었다. 

그 말은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독일전역에서 일어난 분서사건을 기억할 때 쓰이는 인용구가 되었다. 그때 그들은 자기네들 체제에 어울리지 않는 책이라면, 마르크스에서 노자까지 도시 중앙 광장에서 잿더미로 만들었다. 

2013년 3월 3일 새벽 5시 20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불이 났다. 5년 전에는 남대문이더니 이번은 대한문. 함께 살자고,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해고자 복귀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천막이 모두 탔다. 돌담 앞길이 새까맣게 탄 모습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다.

분서보다 더 직접적인 천막 방화. 누가 저질렀을까? 행여나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거나 적반하장 엉뚱한 이데올로기로 덮어씌운다면, 활활 타오르는 분노의 맞불을 피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