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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비엔나에 타오른 촛불 민심

글 현정원 (오스트리아 빈)






박근혜의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탄핵 정국이 요동 친 12월 첫 주 토요일, 한국에는 헌정 사상 최대 232만 명의 촛불이 타올랐다. 한국 시간 자정 즈음 한국 촛불이 잦아들 때,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의 오페라 하우스 옆 광장에는 전자초, 양초, 피킷, 세월호 추모 노란 종이배 등을 자발적으로 준비한 백여 명 현지 교표들이 모여 박근혜 퇴진과 피해자들을 위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촛불을 이어갔다. 


그간 한국 정치의 여러 굴곡에도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해 왔던 오스트리아 교포 사회에 촉발된 사상 최초의 촛불 집회라는 점에서 현 시국의 엄중함을 볼 수 있었다. 


학생, 주부, 회사원,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집회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의 실종된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선언문으로 시작하여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자유 발언을 이어갔고,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에 저항했던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노래를 부른 청소년들에 화답하여 <진실은 침목하지 않는다>, <아침이슬> 등을 다함께 부르며 12월 비엔나 광장의 매서운 바람을 촛불로 녹여냈다. 


집회를 지켜보는 오스트리아 시민들 역시 깊은 관심을 보이며 한국에서의 촛불 시위에 대한 기사가 인상 깊었다는 말과 함께, 모쪼록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피해자가 보상받기 바란다는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튿날 오스트리아는, 극우당 후보 호퍼를 물리치고 극적으로 녹색당 후보 반 데어 펠렌(Alexander van der Bellen)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쾌거를 이룬 반면, 탄핵 정국이 비박계의 행보에 달린 12월 둘째 주를 바라보는 한국 교포들은 끝까지 지치지 않고 촛불을 들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