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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디자인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디자인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Gait Solution, 2005, Unterschenkel-Orthese von GK Design Group fuer Kawamura Gishi Co.,Ltd.                                                                           © GK Design Group


박사라 기자


제품디자인은 경쟁에서 선택되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지만 디자인을 만드는 기준은 선택되기 위한 것에만 놓여 있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선택을 까다롭게 하는 이들과 소통을 한다면 그 접점은 어디가 될까?


최근에 들어 부쩍 눈에 띄는 각종 디자인 관련 전시 기획은 디자인을 만드는 사람 처지에서 생각을 해 볼 것을 권유하는 장이다. 다른한편, 디자인을 선택할 때 단순히 눈에 좋은 것만이 아니라, 기능성이라든가 환경친화성이라든가 사람(심리)에 대한 예의 등 제품선택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에 주목하게 하는 효과를 지니기도 한다.


의족과 간장병

오스트리아 빈 응용미술박물관에서는 변화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디자인의 역사와 고민을 보여 주는 전시 '메이드 4 유'를 열고 있다. 끊임없이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 같은 디자인의 세계도 클래식이 있고 기능주의가 있고 같은 모양 아래 수십 년을 미세하게 개발해 온 역사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리를 들지 않고 슬리퍼 신듯 착용할 수 있게 하는 실용성,  의족이 아니라 장식에 가까워 보일 수도 있는 배려, 의족 하기 이전에 신던 신발을 그대로 신을 수 있을 정도로 날씬한 의족(사진)은 사고로 정형외과 수술을 하고 어쩔 수 없이 신체의 일부분을 절단할 수 없는 환자에게는 매우 반가운 디자인이다. 이러한 최고의 디자인을 모든 사람이 경제능력의 차이와 상관없이 원하는 대로 가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디자인만으로는 해결해 주지 못하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하다. 

또 하나 주목할 작품은  '기코만 간장병'이다. 한국에서는 과거에 주로 중국집에서 볼 수 있었고, 독일에서는 오늘날 현지 슈퍼마켓에서도 '키코만'이라는 이름과 함께 진열된다. 이 간장병은 뚜껑에 구멍이 둘 나 있어 뚜껑을 열지 않고도 간장을 따룰 수 있게 되어 있다. 뚜껑 윗부분이 아랫부분보다 넓게 되어 있어 구멍을 먼지에서 보호해 주는 역할까지 한다. 간장 종지를 대신해서 식당 식탁에서 사용되는 이 간장병이 간장 종지를 사용할 때보다 간장을 절약하게 한다는 점은 누가 보아도 알 수 있으며 또 '리필(Nachfuellen)'을 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정종 호리병의 날씬한 곡선을 본으로 했다는 이 제품 디자인은 1961년에 켄지 에쿠안이 개발한 것으로 작년에 50주년 기념행사를 했다. 간장을 따룰 때 간장이 바깥으로 흘러 지저분하게 되지 않게 하는 제품의 완벽성에 도달하기까지는 백여 개의 모델이 소모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든 간장병은 특이한 모양과 기능성으로 아시아 음식의 글로벌화에 기여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외 자동차산업, 정보소통산업의 제품, 일상 제품들 분야에서도 새로운 디자인은 용도의 변화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좀더 편리하고 좀더 아름답게 하여 선택을 받고자 하는 과제에 대한 응답이었다.

 

빈에서 열리는 디자인 전시 '메이드 포 유'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디자인의 본질을 볼 수도 있다. 브라운 회사의 수석디자이너를 지낸 디터 람스를 인용하자면,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람스는 60년대에 담백한 디자인의 책장 시스템 606을 고안했다. 야단스럽지 않고 말 그대로 최소한의 디자인을 한 책장 시스템 606은 많은 사람들의 눈에 익어 디자인의 클래식이 되었다.


MADE 4 YOU
Design fuer den Wandel
MAK Wien

10월 7일까지
화 10-22시, 수-일 10-18시
매주 화요일 18-22 입장무료

 

풍경 32호 / 2012년 9월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