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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첫 소녀상 이야기

(1) 낯선 사람이 메일을 보내왔다

이제는 기록으로 남겨도 될 때가 된 것 같다. 독일 첫 소녀상 이야기. 그 소녀상은 수원시에서 자매도시인 프라이부르크 시로 보내려고 하던 것이었으나 우여곡절을 거쳐 바이에른 주 레겐스부르크 인근 비젠트 네팔 히말라야 공원에 세워졌다. 2019년 10월 그 소녀상이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다는 소문이 있으니 확인해 보라고 누가 귀띔해 주었다. 나는 진실을 더 자세히 알기가 두려웠다. 아직 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이 그리 쿵당 거리지 않는 것을 보니 이제는 그때 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아야겠다. 지나가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할 수도 있겠다. 

 

시작은 어느 낯선 사람의 메일이었다. 2016년 8월 12일. 직업 목사, 직책 수원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 집행위원장, 용건은 수원시와 독일 자매도시 프라이부르크 시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기로 하였으니 현지 동포로서 이 일을 지원할 사람들을 모아달라는 것이었다. 일반 회사의 업무 메일과 달리 상당히 긴 분량의 메일을 보며 이 분은 글쟁이구나 싶었다. 이 엄청난 새로운 기획 사업에 중책을 맡은 분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수원 매원교회 담임목사로서 책까지 쓴 분이었다. 

2011년 8월 당당뉴스, "주류 언론에 시비 거는 이주현 목사님을 아십니까?" 란 링크가 뜨고 <언론에 시비 걸다> 란 책 출판기념회 소식이 나왔다.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699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699

 

www.dangdangnews.com

당시 나는 독일어 수업을 하루 종일 하고 또 신문도 내며 더욱이 6년 넘게 내더 월간지에 드디어 광고를 내겠다는 식품점도 둘 있었다. 그런데 이 장황한 메일 내용을 보니 일거리가 될 것 같기도 하여 단호하게 "노"를 할 생각으로 그 메일을 한 번 더 읽었다. 장황한 듯하면서 설득력 있고 또 종교인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메일은 나로 하여금 망설이게 하였다. 해 볼까?

사실 독일에서 나치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연구자들 사이에도 간혹 갈등이 있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아픈 주제인지라 예민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재독동포사회에서 '위안부' 주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일을 하던 언니들 사이에 있었던 이런저런 갈등 스토리도 이미 직간접적으로 겪었던지라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주제였다. 더욱이 그로부터 10년도 지난 시점에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의 어느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할머니들의 사연을 독일어로 번역한 내용을 독일인 친구랑 함께 읽는 독서회를 했을 때, 독일어 번역문을 읽는 것조차 내게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두어 시간 망설이다. 회신을 썼다. 

"<언론에 시비걸다>를 쓰신 이주현 목사님이시죠? 한번 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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