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김기덕의 21세기 피에타, 10월 4일 더글라스 시크 상 수상식과 함께 독일첫상영

김기덕의 21세기 '피에타'
10월 4일 '더글라스 시크 상' 수상, 신작 '피에타' 독일 첫상영

집단정신외상의 형상화

 

초기작 '악어'(1996) 와 '수취인불명'(2001)에서는 사회적 시선을 읽을 수 있었지만, 명성이 한창일 때 그의 영화에 깔린 남성팬터지는 무척 불편했다.

 

별난 감독 김기덕

 

하지만 그의 남성팬터지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에 오랫동안 누적된 폭력의 다른 얼굴이란 점도 인정해야겠다. 그렇게 시대를 읽자면 김기덕은 폭력을 미화하지도 않고 저항하지도 않고 온몸으로 받아낸 고행자와 같다.


함부르크 영화제 누리집에는 김기덕 감독이 1960년 경북 봉화 출신이라는 말 다음에 본인이 '두들겨 맞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회고한 내용이 올라있다.


이 경험은 오늘날 50대 초반의 김기덕감독 뿐 아니라 그 세대 사람들 대다수의 집단경험이기도 하다. 가정폭력이든 학교폭력이든 겪어보지 않는 이가 얼마나 될까? 까마득하게 잊고 살 뿐아닐까?


작품에 새긴 문신같은 폭력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가난과 폭력의 세월에 맞물려 있다. 한 세대 내부에 퍼렇게 멍던 집단정신외상이었다.


새마을 운동' 노래를 부르면서 '초가집을 없애고' 어린아이들은 '귀신잡는 해병대' 군가에 발맞춰서 60년대를 행진했다.


폭력이란 여기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 뿐 아니라 같은 약자끼리 망가뜨리는 폭력과 일상의 습관에 깃든 폭력성 모두를 망라한다. 김기덕 영화세계의 불편한 기원은 바로 그러한 포괄적인 폭력의 개념에 도사리고 있으며 김기덕은 이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나쁜 남자'에서 시작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빈 집', '사마리아'를 넘어 '아리랑'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독일영화관객들의 사랑을 받게한 비결일지도 모른다.


더글라스 시크 상 수상
신작 '피에타' 독일첫상영
10월 4일 함부르크에서

 

제20차 함부르크 영화축전 주최측은  김기덕 감독에게 '더글라스 시크 상'을 수상한다고 공표했다. 더글라스 시크상은 1995년부터 매년 수여하는 상으로 영화문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상이다. 영화축전 조직위원장  알베르트 비더슈필는 '김기덕은 영화란 예술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끊임없이 씨름한 영화감독'으로서 지난 몇 년간 '예술가인 자신의 존재마저 의문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을 들어 수상이유를 들었다. 지난 50년 간 영화언어가 많이 변하였지만, '피에타'가 더글라스 시크에 어울리는 멜로드라마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10월 4일 수상식을 기해서는 그의 열여덟번째 영화 '피에타'가 독일첫상영된다. 독일 국내 극장상영은 2013년부터 계획되어 있다.

 

피에타

 

서구 문화사에서 지극히 사적인 '모성애'와 그리스도의 지극히 공적인 '인류애'가 만나는 자리이자 죽음과 슬픔이란 인류체험의 원형 '피에타'를 김기덕은 21세기로 가져왔다. 처음과 끝이 로고스가 아니라 '돈'인 곳으로.


Kims Charaktere sind geplagt von Aengsten, Schuldgefuehlen und Suche nach Erloesung. (Filmfest Hamburg)

김 감독의 주인공들은 두려움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구원을 갈망한다

 

김기덕의 주인공들은 '두려움과 자책감으로 얼마나 또 괴로워해야 하는가? 그리고 언제까지?

 

(2012년 9월호 풍경)

 

김기덕. 2004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사마리아, 베니스 영화제 은색 사자상 빈집, 칸느 영화제  김기덕. 2004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사마리아, 2011년 베니스 영화제 은색 사자상 빈집, 칸느 영화제 Un Certain Regard  아리랑, 2012년 10월 4일 함부르크 영화제 더글라스 시크상 수상식과 함께 피에타 독일첫상영   

추신: 2012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c) MFA+ Filmdistrib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