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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독일 현지 언론 리뷰] <독재자의 딸>이 <인권변호사>를 이긴 나라

 


대한민국은 <인권변호사>보다 <독재자의 딸>을 선택한 나라로 널리 알려졌다. 서울 시간보다 여덟 시간 늦은 독일에서 12월 19일 저녁 언론들은 일제히 대한민국 소식을 그렇게 전했다. <독재자의 딸이 남한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Bild 2012.12.19), <독재자의  딸이 인권변호사와 붙어 이겼다>(Spiegel, 2012.12.19) 같은 제목이 인터넷 곳곳에 나붙었다.

새누리당의 희망사항 <독재자의 딸>이란 말을 쓰지 말아달라고 한 것에는 아랑곳없이 빌트 차이퉁에서 타게스슈피겔, 아벤트블랏트, 슈테른을 거쳐 품격있는 슈피겔까지 모두 비슷한 타이틀을 냈다. 국내에서 그런 타이틀을 부탁했을 리 없지만 독일언론은 한결같이 비슷한 표현을 썼다.


부정선거운동 논란

 

중앙선관위는 다음날인 20일 박 후보를 당선자로 선언했다. 그러나 박 씨에게는 당선 선언 이전에 아버지의 그늘이 있었다면 당선 선언 이후에는 아직 선거운동 과정에서 논란된 문제들이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고 그림자로 남아 있다.


국정원 소속으로 밝힌 여성 김 모씨와 관련하여 문재인 후보 비방 혐의 사건에 대해 경찰이 댓글 증거를 잡지 못했다고 발표를 했으나 이에 대해 경찰의 수사의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한편, 보수권의 개혁을 희망하는 표창원 전 경찰 대학 교수와 권영진 새누리당 전력조정단장 사이에  "국가권력이 한 후보을 위해 개입하였다는 의혹"과 관련하여 공개토론이 있었으나 깔끔하게 모든 시민이 납득할 정도로 마무리 되지는 않았다.

 

그 외 공직선거법 89조가 금지하는, 등록하지 않은 "유사사무소"를 전국에 걸쳐 운영한 사실 또한 동영상을 통해 널리 퍼졌지만 처벌에 관한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동영상과 여러 국내언론에 따르면, 예의 유사선거운동 사무실에서  "President War Room"이란 슬로건과 명함과 박 후보 명의의 임명장이 대량으로 나왔다. 12월 18일 인터넷 한겨레에 따르면, "박근혜를 대한민국에서 제일 가는 지도자로 모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서강바른포럼의 여의도 사무소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급습했다. 


12월 16일자 한겨레는 박 후보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선관위가 고발한 윤정훈 목사가 "박근혜 후보 수석보좌관의 부탁을 받고 일을 돕기로 했다"고 말한 녹취 내용이 공개된 사실을 보도하였다. 


14일자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같은 날 트위터에 윤 목사는 "제 이슈 때문에 민주당의 국정원 (댓글 공작)건과 새누리당-신천지 연관 건이 다 실패했다고 한다"며 민주당에 미안하다는 심경까지 피력하여 국정원 건이 윤 목사 혹은 조직적인 새누리당의 선거운동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러한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증폭시키는 일련의 고발사건, 증언, 언론 보도 등은 투명한 사회와 밝은 미래에 관심 있는 많은 시민들에게 우려를 안겨 주고 있었는데 선거 후에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개표 공정관리의 철저성에 대한 의혹이 인 것이다.

공정관리 미비 의혹
공공기관의 바람직한 태도


시민의 의심과 의혹은 법과 체계를 잘 알고 "이상하다"에서 시작하여 공론화하는 과정을 통해 해명 되지도 하고 의혹이 증폭되기도 한다. 이는 공공기관에서 집행하는 체계에 대한 폭넓은 인식이 부족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이를 성의있게 해명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일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외로 진행되는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하여 이런 과정을 기대해 본다. 현재의 의혹은, 선관위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부정이라기보다는 공정선거관리에 미비한 점을 들고 있는 성격이 강한데 이른바 투표분류기를 사용한 투표지 집계가 정확하게 되었느냐 하는 것에 대한 의혹이다. 처음에는 다양한 측면에서 제시되다가 2주쯤 지나는 이 시점에서 개표와 집계의 정확성을 기하는 데 필요한 개표집행지침인 수검표(분류된 투표지를 손으로 "두 번 세 번" 검사하는 것)가 251개 투표소에서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특히 미주 지역 유권자들이 주도하여 발표한 "제 18대 대통령 선거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해외유권자 및 동포들의 성명서"(아래 전문 게재)는 우후죽순 개별경험을 통한 의구심이라든가 수학공식을 산출해 보는 방식의 시도들을 종합 분석해 가며 의혹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사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해외동포들의 성명서는 제출된 후 여러 날 검토 과정을 거쳐 12월 31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되고 이러 일부 인터넷 언론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월 1일에 중앙선관위는 의혹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하나같이 객관적 증거나 사실관계의 확인없이" 추측이나 확대해석되었다 하며 "투, 개표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하여 정당과 후보자 측에 참관인을 빠짐없이 추천해 주도록 요청"하였다고 밝혔다.

한편 아직 개표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100퍼센트가 넘는 수치가 나온 경우에 대한 의혹이라든가 자연 집계 과정에서 나온 숫자로 볼 때 나오기 힘든 곡선이 나온 경우라든가 개표소에서 수검표와 이에 따른 집계가 지침대로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제보를 접하여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들은 선관위 보도자료에 분통을 터뜨렸다. 의혹과 의심은 시민의 권리이며 그것에서 빚어진 질문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성의있게 해명을 시도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혹을 모두 근거없다고 몰아부치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라고  단언하는 것이야 말로 바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고라에는 수검표를 주장하는 누리꾼의 인터넷 서명이 21만명을 넘어섰다.

(풍경 2013년 1월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