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김진숙 인터뷰] 연대는 나의 힘과 희망

연대는 나의 힘과 희망

소금꽃 나무 김진숙,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중요했다


2012년 2월 14일 그를 부산역 광장에서 만났다. 309일 크레인 생활로 인해 몸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입원하였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 날도 타 지역에서 강연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진에서 본 느낌 그대로였다.


풍경: 건강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김진숙: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어 몸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허리, 목, 관절이 그렇다. 추울 때도 있었고 봄에도 있었고 안개 때문에 고생도 했다. 몸에 냉기가 들어간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며 힘도 나고 좋아지고 있다. 

높은 곳에서 오래 있다 보니 땅에 적응하기 힘든 것도 있다. ‘땅멀미’란 걸 하는 셈이다. 지금 치유 중이다. 땅 생활에 적응이 잘 되지 않아 유리문이 유리문인 줄 알지 못하고 부딪힐 때도 있다. 모두 다시 적응해 가고 있다. 대중 교통수단 이용하는 법,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새로 배워 가고 있다. 징역 몇 년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몰라.

풍경: 집행유예 3년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진숙: 내가 한 일이 있으니까…… 판사도 선고하면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화시키고 관심을 갖게 한 점은 인정했다. 해고자와 가족들이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과 내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은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보다는 ‘범법행위’라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법이, 진짜 노동자의 고통을 이해한다면, 법원이 근본적으로 바로 이런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법이, 혼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희망버스와 관련하여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실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내 문제를 갖고 이슈화하기도 그렇고 하여 답답하다.

풍경: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실장도 모두 풀려났다. 왜 풀어 주었을까?

김진숙: 그들이 보아서도 사유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송경동 시인은 1, 2차 희망버스 때만 오고 3차 때는 오지 않았다. 크레인에 함께 있던 다섯 명을 위해 왔는데 오히려 이들은 구속하지 않았다. 그러니 저쪽도 부담스럽지 않겠는가. 이미 노사가 합의를 하여 마무리한 사건을 뒤늦게 구속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풍경: 노사합의 결과에 만족하는가?

김진숙: 한진중공업 노사대타협 정신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런데 사측에서는 환경 개선을 하지 않고 수주를 받지 않고 노조 깨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지난 해 조남호 일가는 34억을 챙겨 갔다. 노동자들이 강제 휴직 상태에 있는데 이 사람들이 양심이 있는지 모르겠다. 노동자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조남호는 100억 기금을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노조와 한 약속, 시민과 한 약속은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풍경: 크레인에서 가장 힘들었던 땐?

김진숙: 상상 이상 고립감이 들 때였다. 모두 도청되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고립감 때문에 힘들었다. 또 용역이 전기를 차단하던 그 때도 많이 힘들었다. 수시로 용역이 올라와 침탈할 것 같은 상황이었고 크레인을 바닷가로 끌고가거나 그물을 크레인 아래에 칠 때였다. 여름에는 거의 매일 싸워야 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풍경: 그 낙천적인 기운은 어디에서?

김진숙: 연대의 힘 없이 불가능했다. 나혼자 하는 싸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위터를 통해 응원을 많이 받았다. 혼자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중요했다. 희망버스라든가, 국내언론, 세계언론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풍경: 5월에 독일로 오시게 되어 있다 어떤 만남을 기대하는가?

김진숙: 책에서 광부, 간호사로 오신 분들 소식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이 먼 곳의 일이라 생각했으나 그 분 중 한 분이 크레인 아래 다녀가셨다. 나도 꼭 뵙고 싶다. 낯선 타국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도 열여덟 살에 부산에 왔는데 낯선 곳에서 막막했다. 같은 나라여도 지방이 달라, 말이 달라 낯설었는데 그 타국에서 어찌 다 견디어 냈을까 싶었다. 또 독일산별노조 구조도 궁금하다. 금속노조, 보건노조 독일 사례 많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기도 하다. 

풍경: 지금 다니시는 강연은?

김진숙: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주로 희망버스의 기운들이 현장에서 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희망버스로 만들어진 고리와 인연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다.

또 다른 장기투쟁에도 연대하고 있다. 크레인에 있을 때도 한진에만 오늘 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렇지만 인간이다 보니 우리에게 와 달라고 호소했다. 

30년 가까이 노동운동하며 보지 못했던 위대한 흐름이었다. 송경동 시인과 전... 실장이 구속되면서 희망버스를 계속하는 맥이 좀 느슨해졌다. 저들은 노동운동과 시민 사이의 연대를 끊어내려고 한 것일 터이니까. 그렇지만 계기가 만들어지면 살아나도록 해야겠지. 그때까지 내 역할을 다할 것이다.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가지 투표함  (0) 2012.04.22
GANGJEONG/Menschenkette  (0) 2012.04.17
태권도(跆拳道)는 왜 둘인가?  (0) 2012.04.07
통일,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0) 2012.03.15
10.4 선언, 중요한 세 가지 합의  (0) 2012.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