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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타나모는 아직

-2006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관타나모 가는 길',

26일 하이델베르크 상영-

 

2006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은곰)을 받은 영화 '관타나모 가는 길'을 26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볼 수 있다. '트립턴 사람 셋'(Tripton Three)의 이야기를 기초소재로 한 영화다.


트립턴 사람 셋

 

트립턴에 사는 파키스탄계 영국인 셋이 파키스탄에 결혼식 보러 갔다가 아프가니스탄에 잠시 소풍을 갔다. 여기서  납치되어 관타나모 베이에 있는 악명높은 수용소에까지 끌려가선, 3년 가까이 억류되었다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1981년생 루할 아메드 (버밍햄 출생, 영국국적, 수인번호 110), 1977년생  샤픽 라줄 (더들리 출생, 영국국적, 수인번호 86), 1981년생 아식 이크발(웨스터 브럼치 출생, 영국국적, 수인번호 87)이다. 루할 아메드는 '관타나모로 가는 길' 영화 지원을 위해 호주에 가려 했으나  비자가 거부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시 시대 무법천지 관타나모

 

관타나모의 인권사각지대 상황은 빌렘젠이 수인들 인터뷰를 모아 책으로 낸  '관타나모가 말한다'에도 잘 나타나 있지만 윈터바텀의 영화는 영상이 주는 현실감으로 인해 더욱 충격적으로 관객을 짓누를 것이다.
오렌지색 수의를 입은 수인의 행렬, 머리를 깎이고 얼굴을 가리고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걸어야 하는 이들……

 

누구나 한번쯤은 이 행렬이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에서 끝날 것인지 하고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윈터바텀 감독

 

1961년 영국 랭커셔 블랙번에서 태어난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영문학과 영화연출을 공부했다. 한국 국내에는 작년에 2004년작 '나인 송즈'(아홉 노래)가 개봉되고 올해는 최신작 '소호의 왕'(King of Soho)이 개봉될 예정이다.

윈터바텀 감독의 소재는 강렬한 정치적 소재부터 레스비언, 근친상간 같은 자유주의적 도발적 소재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영향받은 감독으로는 고다르, 빔 벤더스, 트뤼포, 파스빈더 같은 20세기 후반의 전설적인 영화감독을 손꼽으며, 손카메라기법을 즐겨 사용하여 '즉흥적이면서 진솔'(film-zeit.de)하다는 평을 받는다.

오바마, 관타나모 폐쇄 못해

 

문제의 관타나모 수용소는 9·11 다음 해인 2002년에 쿠바만에 설치되었다. 2004년을 전후하여 각종 미디어를 통해 미국이 저지르는 반인권참상이 알려지고 관타나모 수용소 또한 그런 범죄의  대명사로 알려졌다. 오바마는 대통령 선거전에서 관타나모 베이 수용소를 '무법 블랙홀'이라 규탄하였으며, 2009년 1월에는 대통령으로서 그 해 안에 수용소를 폐쇄하라고 지시했으나 실행되지 않았다. 관타나모 폐쇄건은 이른바 '비용'와 '안보' 를 이유로 반대에 부딪히고 오바마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 진영에서 항의를 받았다. 이듬해에는 수인들을 상대로 군사법정이 새로 열렸다.

미국에서는 무죄가 증명된 사람이라든가 고문으로 인해 허위자백한 경우가 법정에서 무효화되는 경우 미국은 책임을 제대로 질 수 있는지. 자신들이 책임지지 않는다면 어느 다른 나라에서 기꺼이 책임을 질 것인지.

미친 고문을 자제하게 했다지만 여전히 폐쇄되지 않은 수용소에는 2012년 7월 현재 24개국에서 온 168명이 수감 혹은 억류되어 있다. (인터넷 마이애미 헤럴드, 뉴욕타임즈 참조)

갇힌 사람 중 최연소자는 캐나다 국적의 오마르(25세), 최연장자는 파키스탄 사람 사이풀라 파라샤 (64세)이다. 갇힌 사람이 가장 많았을 때는 2003년 11월로 660여 명에 달했다.

독일경제전문지 한델스블랏트(Handelsblatt)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두고 '플로리다 남단에서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며 '미국 헌법이 말하는 기본인권에서는 영겁이 떨어진 곳'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럼, 아프가니스탄은 영겁보다 얼마나 더 떨어져 있을까? 2011년 11월 5일자 한델스블랏트는, 아프가니스탄 주재 나토군 미국인 지휘관 피터 불러가 친서방 카르자이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임당한 사실을 알렸다. 미국이 인력과 재력을 방대하게 아프가니스탄에 퍼부었는데 '현실을 무시한 정치발언'을 했다는 것이 이유라는 것이다.


9월 26일 (화) 19시

원제: Road to Guantanamo, 영국 2006, 감독 마이클 윈터보텀, 92분, 독일어 버전
Karlstorkino
Am Karlstor 1
69117 Heidelberg (Altstadt)

 

 

 

* 문제의 관타나모 수용소 'Guantanamo bay detention camp'는 관타나모 해군기지 안에 있다. 쿠바 도시 관타나모에서 남쪽으로 15 킬로미터 떨어진 관타나모 만에 자리한 관타나모 해군기지 117,6 평방킬로미터는 1903년 2월 당시 쿠바 초대 대통령과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조인한 쿠바 미국간 협약에 따라 미국이 임대했다. 상황과 조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계속 미국이 사용하고 있으며 오늘날은 비행장까지 들어서 있다. 한편 카스트로 정부는 1960년부터 미국이 사용하는 것을 더이상 인정하지 않고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현지에서 발간하는

한글문화월간 '풍경' 32호 2012년 9월호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