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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불꽃 속의 천사 - 어느 평화주의자의 영전에

불꽃 속의 천사 

- 어느 평화주의자의 영전에 - 


민족 공동체가 강대국의 노예 신세로 있을 때, 지배국의 문화를 따르지 않는다 하여 다니엘은 사자굴에 던져졌고 그 친구 셋은 불 속에 던져졌다. 포로 청년들에 대한 개인적 미안함으로 이들의 처형장을 찾아간 바빌론의 왕은 이 사람들이 전혀 다치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사자굴 속의 사자는 다니엘을 해치지 않았고 불 속의 세 청년은 천사와 함께 거닐 수 있었다는 것이 구약성서를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국내에서 청년 학생들의 분신이 이어지던 시대에 재독 작곡가 윤이상 선생이 작곡한 <불꽃 속의 천사> 모티브이기도 하다. <불꽃 속의 천사>는 윤이상 선생이 마지막 귀국을 시도하였을 때 전향서를 쓰지 않아 결국 입국하지 못하고 현해탄 건너편 일본에서 초연을 하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윤이상 선생은 세상을 하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을날에 <불꽃 속의 천사> 모티브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윤이상 선생 탄생 100주년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한 풍운아가 불꽃 속으로 걸어갔다. 천사는 없었다. 탐욕에 찌든 미 군수산업의 생산물과 한미일 동맹으로 인한 부조리를 벗어던지기 위해 어느 영원한 청년이 걸어갔다.

천사가 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 정도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지만, 그는 사드 가고 평화 오라고, 세상을 향해 외치고 떠났다.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지만 그의 이름은 재독동포사회 망명자 중 상당히 젊은 망명자로 알려져 있었다. 남쪽 어느 도시에서 자그마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그에 대해 이런저런 일화가 알려지는데, 탈북자로 가장한 중국 동포들의 통역을 맡다가 분노한 일화 또한 유명하다. 그 분노는 독일에 있는 많은 탈북자들이 사실은 중국 동포들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데도 기여했다. 중국 동포들도 힘들어서 독일로 나온 것이지만 탈북자가 그렇게 많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됨으로써 한반도 북쪽나라의 이미지가 부당하게 더 나빠지는 것은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에게 천사는 다가오지 않았다. 아니, 그가 풍운아로 살아가는 동안 한때 그와 함께하였던 숱한 이들의 영령이 그의 심장을 지켜 주었다. 또한, 그 심장은 지금 그의 부음을 듣고 아연해 하고 있는, 세상의 수많은 심장으로 전이되고 있다. 


그는 사드 반대를 외치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성공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반대가 문재인 규탄으로 이어지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대한 절실함과 함께 표현되는 순간, 그가 아시아와 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을 소풍하며 쌓아온 절실함의 지평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사드 임시 배치를 한 문재인 대통령을 한 개인, 정치인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그의 자리, 한미 동맹 아래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실과 함께 촛불이 일군 열매로서의 대통령이라는 두 가지 이율배반적인 존재로 보았으며, 그러한 존재에 대한 끝나지 않은 애정을 지키며 불 속으로 들어가며 그의 심장을 세상의 많은 촛불들에게 전하고자 했다.  

그의 삶이 촛불이었다면 그는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지탱하는 촛불을 끄뜨리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횃불을 높이 들었다. 


천사는 찾아오지 않았지만, 그는 스스로 불빛이 되고 천사가 되었다.

대륙의 경계를 넘어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천사가 된 고인을 기리며 절실히 청한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사드 철회 마중물이 되고자 한 평화주의자

故 조영삼 님 시민사회장 시민장례위원 모집


• 시민장례위원비 : 1인 1만원 이상

• 시민장례위원 신청 https://goo.gl/LbHKFh

• 모집 마감 : 9/22(금) 정오

• 시민장례위원비 계좌 : 

하나은행 158-910010-12705 (사드반대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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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성명]

사드 철회 마중물이 되고자 한 평화주의자' 조영삼 님의 명복을 빌며

사드 배치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미국과 문재인 정부에 엄중히 요구합니다

‘이름 없는 평화주의자’ 조영삼 님이 사드 반대를 외치며 분신 선종한 사태를 당하여 우리는 참담한 심정을 가누기 어렵습니다. 진정으로 겨레의 장래를 걱정하면서 고독한 결단 속에 자신의 충심을 담은 유서를 다듬고 또 다듬었을 조영삼 님의 그 고뇌를 생각하면 우리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조영삼 님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분신과 선종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랑했으며, 그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 조영삼 님이 왜 이런 형극의 결단을 내린 것입니까? 문재인 지지자인 그 분이 보기에도 너무도 상식에 어긋나는, 미국의 압력에 속절없이 무너져 버리는 문재인 정부의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온 몸을 바친 것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이 사태의 책임은 무용지물이요, 백해무익이자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사드 배치를 강행한 문재인 정부와 그 뒤에서 촛불 혁명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을 모욕하면서까지 사드 배치를 강박한 미국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이에 우리는 사드 배치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사드를 철회할 것을 미국과 문재인 정부에게 엄중히 요구합니다. 이것이 자신의 목숨을 던져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한 조영삼 님의 뜻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조영삼 님이 자신의 몸을 불살라 “사드 철회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 방울이나마 좋은 결과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면서 “촛불 민심을 든든한 배경으로 흔들리지 말고 초심대로 밀고 나가 성공한 정권”으로 남기를 기원한 뜻을 깊이 새겨 사드 철회의 길로 돌아설 것을 촉구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사드는 안 됩니다”라는 고인의 마지막 간절한 호소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는 활동에 참여하여 고인의 뜻인 사드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이루는 데 함께하여 주십시오.

2017. 9. 20.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대구경북대책위원회,사드배치저지 부울경대책위원회(가),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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