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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코리아에 평화를

평화는 누구나 바라는 것이지만 세상 사람들의 마음 색깔만큼이나 평화를 향하는 길도 다르다. 그 방법이 다름은 시대의 다름과도 비견된다. 과거 남의 나라 땅을 정벌하던 시절에는 정벌을 평정이라고 하였다. 평정은 정벌의 다른 이름이었고 더이상 전쟁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평화라고 하였으니 그것은 승자의 평화였다. 다행스럽게도 오늘날 평화는 통념상 아예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이 표방하는 평화가 얼마나 과거 평정의 개념을 벗어나고 있는가. 


통일뉴스가 미국의 소리 (VOA)를 인용하여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5일에서 8일 사이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처장이 북한을 방문했다고 한다. 2015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 방문을 시도하였으나 무산된 것에 비하면 이번 펠트먼 유엔 사무처장의 평양 방문은 북미간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정황을 보여 주기도 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6.15와 10.4의 성과가 서구 언론에 거의 퍼지지 않은 것처럼 북미 협상에 관한 보도 또한 거의 없다. 매스 미디어를 통해 단세포화된 한반도 위기에 관한 독일인들의 반응은 거의 일방적이다시피 하다. 



 "평화 재단" 유럽 지구 프랑크푸르트 회원들이 주최하여 지난 9일 프랑크푸르트 도심 마이차일 앞에서 열린 평화 집회는 유럽인들에게 한반도 평화에 관한 목소리를 들려 주는 계기가 되었다. 주최측 회원들은 주황색 우산을 앞에 펼치고 "No War", "Peace in Korea" 슬로건을 들고 12시 30분부터 한 시간 가량 피케팅을 하며 노래를 불렀다. 독일어 전단과 한국어 전단을 나눠 주며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한 것"이라며 집에 가서 읽어 보시라 했다. 


크리스마스 대강절철이 시작한 후 토요일 이른 오후는 쇼핑객들로 붐볐다. 쇼핑객들 중에는 독일어를 읽지 못하는 외국인들도 있었고, 도심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집회의 전단을 받기 귀찮아하며 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도 평화를 원한다" 하는 사람들의 평화 이야기 또한 다양하다. 시종일관 의기양양한 미소를 그치지 않는 어느 독일인 노인은 "북한과 어떻게 평화를 하느냐"라는 말을 쉽게 하며 북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어느 모슬렘 여인은 "김정은은 강한 사람이다. 전쟁광 미국은 그렇게 해야만이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하며 세계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강변했다. 


어떤 중년 독일인은 "강대국이 물러나면 코리아 사람들끼리 잘 할 수 있느냐?" 하고 물어봤다. 그렇다고 전단 나누는 이가 말하자, "정말?" 하고 되물었다. 


유럽 바깥 세상은 여전히 서구인들이 개입하지 않으며 평화가 오지 않는 무법지대인지도 모른다. 카우보이 미국을 비방하는 집단 무의식이 농후하지만 이들 또한 어느 정도의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남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왜 6자 회담이 필요한지 알 수 없는 한국인의 평화 의식과 남의 나라 평화 문제에 끼어들어야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이른바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강대국의 평화 의식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평화재단" 유럽지구 (프랑크푸르트) 이름으로 발표된 평화 선언은 궁극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전쟁 없는 세계평화, 한반도가 시작이다!

한반도 평화, 대화가 답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대화하라!

세계인의 평화축제, 평창올림픽 함께하자!


이 평화선언은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제재와 군사옵션을 배제하고,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역시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잠시 멈추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양비론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간 북한을 정상적인 나라로 인정하라는 북한의 요구와 핵개발 과정에서 미국의 믿지 못할 약속을 믿고 핵을 포기한 시리아 해법에 대한 인식이 바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주최측 회원들이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 미국과 북한은 정전협정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하며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평화를 만드는 일은 전 세계인들의 관심과 호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바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집회를 구성한 추희숙씨는 '수행이란 것은 자기 마음의 평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와의 부대낌 속에서 자신을 닦아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평화를 갈망하는 목소리 사이에도 여러 가지 부대낌이 있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하여 무엇이 우선되어야 할 것인지 서로 토론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해 나가는 건강한 동포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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