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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 마리오네테가 연기 잘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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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츠부르크 마리오네테 극장 공연 '마술피리' 에서

 

마리오네테가 연기 잘 하는 이유


오페라와 연극과 뮤지컬이 종합예술로서 사람 사이 감정과 이로 빚어지는 운명적 만남과 헤어짐과 극적인 사정을 보여주는데 이걸 사람이 아닌 인형들이 연기한다고 생각해 보자.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는 마리오네테극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인형(Puppe)과 마리오네테(Marionette)는 움직이는 원리가 다르다. 관절이 있나 없나 하는 것이 결정적이다. 관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인형의 움직임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신체 한쪽의 움직임이 관절을 통해 다른 부위에 전달되어 야기되는 몸 전체의 움직임은 바로 그 인형 특유의 유기적 움직임이다. 관절 없는 인형처럼 통째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런 관절인형의 특성은 신과 자유에 관한 문제를 지독하게 고민한 시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 클라이스트와 릴케도 바로 이 관절인형이 화두였다. 마리오네테는 관절 있는 인형, 글리트푸페(Gliedpuppe).

마리오네테 움직임은 한계가 있지만 어색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인물이 맡은 역할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슬픔과 기쁨을 전달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마술피리에서 파파게노가 징징거리는 모습도 사람이 하는 것보다 더 실감 난다. 예뻐야 할 여주인공의 얼굴이 처음에는 좀 이상해 보이지만 극 속에 들어가 보면 진짜 예쁘게 여겨진다. 자기 존재에 주어진 본질적 운동원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애써 연기를 잘 하거나 못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관절인형의 역사는 놀랍게도 4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 무덤에서 발견된 최초의 관절인형이 기원전 2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동방에서 온 것이냐, 따로 발전한 것이냐 하는 것은 결론 내리지 못했다.

그토록 오랜 역사를 지닌 관절인형은 로마가 유럽을 정벌할 때 유럽으로 들어왔다
. 16세기 17세기 유랑극단 배우들은 관절인형을 갖고 다니며 극을 보여주기도 했다. 관절인형들은 20세기 유럽에선 조명과 기술로 좀더 세련되게 치장되어 극장을 하나씩 차지하기도 한다. 잘츠부르크 마리오네텐테아터도 그 중 하나.

잘츠부르크 관절인형극장에서는 3월말과 4월초 모짜르트의 마술피리(Die Zauberfloete), 사운드 오브 뮤직, 페터와 늑대 세 편을 간간이 공연한다. 매표소가 늘 열려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입장권은 인터넷을 통해 예매하는 것이 좋다.

마적 Die Zauberfloete 33016(축약본), 311930, 4116(축약본), 31930|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 3301930, 411930, 4416| 페터와 늑대 Peter und der Wolf 3116, 4516| www.marionetten-salzburg.at (영어, 독일어 선택가능)


[풍경 2010년 3월호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