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5호/12면] 로마장성 잘부르크 성채에서 떠나는 시간여행

오버게르만 로마장성의 잘부르크 성채© Saalburg

 

로마장성 잘부르크 성채에서
떠나는 시간여행

청소년 고고학자를 위한 워크셥과 각종 체험마당

숲 속으로 산책하려면 흡혈진드기(Zecken) 예방접종

독일 숲 속에서 '리메스 (LIMES)'란 글자를 새긴 돌을 만날 때가 있다. 로마제국의 경계선이란 이야기를 들어도 그냥 지나칠 만큼 초라하기 짝이 없는 유적. 하지만 이 돌을 중심으로 땅을 뺏고 빼앗기는 전투가 있었고 전쟁과 생활의 흔적이 남았다. 금화와 도금 기마상, 화폐, 무기 등이 가끔 발굴되는 기이한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1979년 바이쎈부르크의 어느 수학선생은 정원에서 180만 독일마르크 상당의 소중한 유물을 파냈다.

로마인들은 점령지에서 온돌과 목욕탕과 와인을 도입하며 여기서도 거대한 도시를 꿈꿨다. 현지 민족들은 그들 식으로 로마의 신을 변형하거나 다른 신을 섬겼다. 쥬피터 신은 로마에서는 말 네 마리를 몰고 가지만 게르마니아에서 말 한 마리만 타고 가는 쥬피터도 있다는 것이다. 게르만족의 이런저런 부족으로 추정되지만 근원이 불확실한 영웅들의 영욕의 흔적 또한 이 로마장성를 거닐다 보면 새삼스럽다. 갈리아까지 진군했다가 시저에게 격파된 수에비족 아리오비스트라든가 케루스케르족 아르미니우스. 케루스케르가 하르츠를 뜻한다는 것은 루터의 해석이었고 아르미니우스의 독일식 이름이 헤르만이 되고 게르만 영웅이 된 것도 후대의 일이었다. 아마추어 고고학자들은 로마장성 리메스를 걸으며 상상세계에 빠지기도 하고 성황당처럼 돌을 쌓아놓은 자리와 알록달록한 천이 걸려 있는 장면을 오덴발트 한적한 숲 속에서 만나면서 시간여행을 잠깐 떠날 수 있다.

3대륙에 걸쳐 5천 킬로미터 넘는 자리 로마장성 '리메스'는 경계선이요, 대립의 흔적이다. 두 가지 시선으로 볼 수 있겠다. 거기까지 올라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거기까지밖에 올라갈 수 없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북진하던 로마 군단이 저항하거나 남진하는 타민족과 겨룬 끊임없는 대결의 기록이다.

제국의 경계는 시리아의 '리메스 아라비쿠스'에서 스코틀랜드의 '하드리안 장벽', 북해안(Nordseekueste)에서 루마니아까지 걸쳐 있었다. 이 사실은 제국이 거대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런 거대한 제국도 몰락한다는 점을 환기한다. 점령지를 유지하기 위해 곳곳에 성채와 경비탑을 세우고 저항군이 숨을 자리를 없애기 위해 숲의 나무를 베고 길을 내고 통제했지만 결국은 떠났다. 강으로 경계를 삼고 강이 없는 곳에는 장벽을 쌓고, 주민들을 좀더 통제하기 위해선 원주민들이 사는 곳 가까이로 군대의 진을 옮기기도 했지만 두고 떠나야 했다는 사실은 바로 제국흥망 원칙이다.

한때 그들의 경계는 로마와 게르마니아 사이만 해도700킬로미터에 달하고 9백 여 성채로 구성됐다. 오늘날 행정구역으로 말하자면 바이에른, 바덴뷔르템베르크, 라인란트팔츠, 헤센 네 개 주를 거친다. 레겐스부르크에서 코블렌츠 지역에 이르는 이 길은 자전거 여행코스로도 손꼽힌다. 이 중 레티아 리메스와 오버게르만 리메스가 2005년 7월 15일 자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레티아는 바이에른 지역의 로마 장성 남쪽에 자리한 지역이다. 오덴발트 리메스와 네카 리메스는 제외됐다.

프랑크푸르트 근교, 바트 홈부르크의 잘부르크 (Saalburg)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마당

'타베르나'에선 로마 음식

오버게르만 리메스에 든 프랑크푸르트 근교 잘부르크에는 6백 여 명 기병과 보병이 진치고 있었지만 260년에는 로마인이 버리고 떠났다. 그 해는 로마가 게르마니아를 포기한 해로 기억되기도 한다. 잘부르크는 그후 버려졌다가 아주 훗날 바트 홈부르크에 자주 놀러온 독일황제 빌헬름 2세의 지시로 복원되기 시작했다. 오늘날은 중앙 군사령부 있던 자리, 공방 등이 복원되어 있다. 매표소와 기념품 가게도 목욕탕 건물, 영빈관, 지하실, 정원 우물 자리의 흔적을 더듬어 복원한 건물이다. 로마식으로 꾸민 박물관 카페 '타베르나'에선 로마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성채의 공간은 회식 장소로나 어린이 생일장소로 대여되기도 한다. 일대는 고고학 공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로마 장성의 흔적을 따라 산책할 수 있다. 숲으로 들어갈 생각이라면 흡혈진드기 때문에 고생할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Zeckenimpfung)을 받는 것이 좋다.

잘부르크 성에서 열리는 특별전시 '로마군의 의상변천사'에는 인형에 옷을 입혀 전시한다. 아르미니우스가 로마군을 상대로 이긴 바르스 전투가 모형 제작되어 전시된다. 방문객들이 의상을 입어 보는 체험마당도 있다. 청소년 고고학자를 위한 워크셥(4학년부터)과 '클라우디우스랑 함께하는 시간여행'(저학년 어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문의: krieger.c@saalburgmuseum.de)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준비되어 있다. 주말에 열리는 이틀짜리 청소년 고고학자 워크셥은 바트 홈부르크 유스호스텔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빵굽기 등 로마인을 흉내내는 다양한 체험마당도 있다.

로마인 박물관은 알렌과 오스트부르켄에도 있다. 알렌의 로마인 박물관에서 열리는 생활사 전시회에서는 로마인의 벽돌을 볼 수 있다. 벽돌에는 제작자의 인이나 여러 형상이 새겨져 있다. 오스터부르켄의 로마인 박물관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사와 종교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8월 15일까지

Generationes – Die Soldaten Roms: Bewaffnung und Ausruestung ueber vier Jahrhunderte

Sonderausstellung auf der Saalburg

Roemerkastell

Archaeologischer Park

61350 Bad Homburg v.d.H.

06175/9374-20

11월14일까지

Ton+Siegel – Roemische Ziegel

Limesmuseum Aalen

St.-Johann-Strasse 5

73430 Aalen

0 73 61 / 96 18 19

cohors III Aquitanorum equitata civium Romanorum

Roemermuseum Osterburken

Roemerstr. 4

74706 Osterburgn

06 291 – 415 266

 

연보

B.C.71 아리오비스트 지휘 아래 엘베 지역의 수에비(suebi)가 갈리아 진군

B.C 58 율리우스 시저가 아리오비스트 격파

B.C.44 율리우스 시저 암살 (3월 14일)

B.C. 5 저항과 봉기를 진압하고 엘베 지역까지 로마인 진출

A.D. 9 바르스 전투. 아르메니우스 지휘 아래 게르마니아 봉기 재시도, 로마인은 라인강 지역까지 후퇴

A.D. 13 게르마니우스가 라인 군단의 지휘권 장악

A.D. 14 아우구스트 황제 사망. 아들 티베리우스 황제 등극. 로마 군단 내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게르마니쿠스 라인 지역 정벌 재시도

A.D. 17 아르메니우스 암살

A.D. 68 네로 황제에 반대하는 봉기와 내전

A.D. 70 베스파지안 황제 즉위 후 저항 세력 즉각 진압 지시(프랑크푸르트 헤데른하임, 프랑크푸르트 대성당 부근 언덕, 오카르벤, 프리드베르크 등 라인마인지역에도 성채 건축)

A.D. 73 슈바르츠발트 지역 네카 유역까지 로마군이 정복, 슈트라스부르크에서 로트바일까지 일련의 성채 건축

A.D. 83 도미티안 황제, 항전 준비하는 샤텐에 선제공격, 샤텐 지역 점령, 샤텐족이 전투 후 숲 속으로 퇴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게르마니아 숲의 나무를 베어 통제. 타우누스와 베테라우가 로마군에 함락

A.D. 85 네카 리메스

A.D. 100 네카와 마인 사이에 오덴발트 리메스

A.D. 120 하드리안의 리메스 건설. 강으로서 자연 경계가 없는 곳에 장성 쌓기

A.D. 146 오덴발트 리메스의 목조경비탑을 석탑으로 교체

A.D. 150 오덴발트 리메스에서 로마군 퇴각, 경계 30 킬로미터 동쪽으로 이동

A.D. 200 와인 황제 프로비우스 라인 지역에 와인 도입

A.D. 260 로마인 잘부르크에서 후퇴

 

125년 하드리안 황제 당시 로마 제국 Foto: Andrei nacu / wikimedia

4백년 의상변천사를 보여주는 로마군인 넷
Foto: Legio 8 Augusta, Michael Böttler / Saalbu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