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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10.4 선언, 중요한 세 가지 합의

10.4 선언, 중요한 세 가지 합의
독일 방문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인터뷰 (1)
- 풍경 25호 2012년 2월호-



통합진보당 고문인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재독한인총연합회가 주최하는 '총선을 앞둔 각 정당 정책 간담회'에 통합진보당을 대표해서 참석했다. 연합회측에 따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내사정

이 여의치 않아 오지 않았고 통합진보당에서만 대표가 온 것이라 한다.
 
귀국길에 오른 그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만났을 때 이재정 고문은 미국이나 다른 지역에는 각 정당이 직접 가서 동포들 상대로 홍보활동을 하지만 독일에서는 한인회가 주최하여 각 정당을 초청한 것이 좋았다면서, "기쁜 마음으로 와서 여러 가지 한국 정치의 상황, 변화, 국민들의 염원,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쟁점들을 자세하게 이야기해 드렸다"고 말했다. 

이재정 통합진보당 고문은 2007년 10월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 진달래꽃 분위기 화사한 배경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장면이 전세계 언론을 떠들썩하게 할 무렵이었다. 
 
당시 발표된 10.4 정상선언에 서명한 두 정상은 이제 모두 고인이 되었지만 당시 통일부장관으로 10.4 선언을 준비한 그가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풍경: 20년 전에 잠시 다녀가셨다면, 그 때와 지금 사이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동포사회의 변화를 느끼는가?
 
이재정: 20년 전에는 통일 문제를 공공연하게 얘기하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오늘날은 다양한 의견들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6.15 공동 선언과 10.4 정상 선언 두 가지에 공감하고 적극적으
로 사고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비판의식도 꽤 많았다. 물론 국내 보수언론의 영향을 받아서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분들도 적은 숫자이지만 계시긴 했다.
 
풍경: 10.4선언 이후 기대가 많았으나 지금은 많이 퇴보되어 있는데......
 
이재정: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10.4 정상선언은 북에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하고 합의한 사항이다. 북에서 이를 없애거나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법에 의해서 국무회의가 채택하고 국회에 공식적으로 보고한 사안이며 당시 유엔도 전폭적인 지지성명을 내고 미국도 같은 입장이었다. 아마 정권 교체가 되면 빠르게 이행되지 않을까.
 
풍경: 시민들이 이 문제를 정권 선택의 기준으로 생각할까?
 
이재정: 다음 선거 때 핵심적으로 논의될 과제가 둘 있다. 하나는 전반적 사회복지를 확대하고 1%를 위한 사회가 아니라 99%를 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고, 두번째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에 평화를 이루고 남북대화를 통해 한반도 공동번영 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이룩하는 일이다.
아마 이 두 가지가 다음 선거 때 정권 선택에 결정적 기준이 될 것이다. 이는 21세기 한국의 중요담론이기도 하다.
 
풍경: 10.4선언 주인공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 어떤 느낌?
 
이재정: 두 분 모두 한반도 미래에 절실한 평화와 통일을 이루겠다는 꿈을 갖고 합의를 하고 서명했다. 그런데 그 꿈을 다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니 그 꿈을 실현할 책임을 느낀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이룰 과제다.


 
풍경: 통일부 장관으로 하신 일은.....
 
이재정: 정상회담 준비할 때 기획단 단장을 맡았다. 정부 모든 부처 차관들과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 국정원 차장 이런 사람들이 다 참여하는 대규모 기획단이었다. 이 회담에서 중요한 세 가지 합의가 있었다. 
첫째, 준비부터 회담까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정상회담이 정기적으로 열리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정상들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서 전 부처가 참여하는 남북대화의 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전에 장관회담도 있었고 경제회담도 있었는데 이런 체계를 좀더 긴밀하게 가지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해야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데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을 뭐 그렇게 때를 정해놓고 하면 적절하지 않은 거 아니냐, 우리 민족의 친척들이 만날 때면 전보 치고 만나는 것처럼 일이 있으면 만나야지' 하여 일단 수시로 만나기로 합의했다. 어찌 되었든 양 정상이 정상회담을 반드시 갖고 남북간의 문제를 최종적 합의하고 논의하기로 한 것은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매우 중요한 약속이었다. 
둘째, 서해 해상을 평화지대로 만드는 계획에 합의한 점이다. 서해 해상은  군사분계선도 없고 비무장지대도 없고 군함과 군함사이의 무력 충돌이 가능한 지역이다. 1953년 정전 협정 때나 6자 회담 모두 합의를 보지 못한 문제였다. 그러나 10.4 회담에서 이곳을 함께 평화지대로 만들자고 합의했다. 상당히 소중한 합의였으며 평화를 지켜나갈 수 있는 구조였다.
세째, 종전과,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가는 데 남북이 힘을 모으고 관련국들과 합의하여 전쟁을 끝내고 평화상태를 만드는 데 함께 애쓰자는 합의였다. 이것도 매우 중요한 합의다. 
이 문제들이 이명박 정권에서는 한 발자국도 발전하지 못했지만 다음 정권에서는 이를 이어 발전해야 하지 않겠는가?
 
풍경: 얼마나 가능한가?
 
이재정: 발전될 수 있고 발전해야 한다.  6.15 공동선언에 합의한 것처럼 단계적으로 간다면 2020년도쯤이면 연합제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10.4 선언에 나타난 각 부처간의 대화구조라는 것이 일종의 연합제다. 서로 이해하고 배우고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 어떻게 해야 서로 협력해서 일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그런 문제를 논의하고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하는 일이다. 그 기간이 좀 필요하다. 
내년부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활발하게 움직인다면 아무리 늦어도 여러 해 동안 연습도 하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고 잘 하면 2020년 정도면 통일에 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왜 통일이 필요한가'하는 문제에 대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의 생각을 전해 드립니다. - 편집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