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김현정 필리스가 본 할머니 마음

5월 25일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 회견에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시간으로 다음날 아침 뉴스공장에 초대된 호사카 유지 교수에 따르면 일본 기자들이 2백여 명 왔다고 한다. 유지 교수는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의 사퇴를 기대한다는 것.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야기를 하면서 윤미향 국회의원의 사퇴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윤 당선자의 사퇴 여부와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과의 함수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 등을 언급했다.


설혹 할머니가 윤 당선자의 사퇴를 요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윤 당선자의 사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것은 일본이 원한다는 프레임을 씌워 정작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흘려 듣기 위한 무의식의 장치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의도적으로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할머니의 발언을 둘러싸고 극단적인 반응이 많으니 염려스럽다. 


한국시간 5월 26일자 와이티엔에서는 이용수 할머니의 미국 국회 증언을 통역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김현정 (Phyllis Kim) 케어 대표의 인터뷰를 실었다. 여기서 김현정 대표는 이번 할머니의 발언은 그간 할머니가 갖고 있던 문제의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조심스레 분석했다. 

김 대표 인터뷰에서 이번에 처음 공개된 사실은 2015합의 과정은 일본이 처음으로 피해자 소속 국가와 마주 앉아서 협상을 하는 것이니만큼 많은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수차 국장급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할머니가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나 스스로도 할머니가 국장급 회의에 참석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재일동포 박수남 감독의 다큐영화 <침묵>의 장면이 떠올랐다., 무라야마가 총리가 된 후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국가 책임과 배상의무를 주장하던 사회당의 당론을 하루 아침에 저버리고 민간 기금을 만들었는데, 할머니들이 총리 관저 앞에 가서 밤새워 농성을 하고 또 아시아 여성기금 사무실에 가서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호통을 치며 "그게 왜 침략전쟁 아니냐" 하던 장면이 스쳐간다. 할머니들은 스스로 직접 나서기를 원했고 또 나설 수도 있었다.  


이번 할머니 기자 회견 이후 SNS에서 할머니에 대한 반응을 생각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김 대표의 분석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침묵>에 나오는 것처럼 1990년대에 직접 일본까지 가서 해결을 해 보려던 할머니들의 활동을 떠올리는 순간, 박 감독이나 김 대표가 피해자 할머니들을 대하는 시선은 정대협의 시선과 다른 부분이 있었지 않나 싶다. 이는 박노자 교수가 올해 할머니 문제와 관련하여 활동가와 당사자와의 관계에 주목하여 논한 바와도 통한다. 박 교수는 해당 주제의 지평을 중산층 활동가가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와도 비교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리 사회가 앞으로 고민할 문제라 하겠다.

김대표 인터뷰 마지막 부분에서 잠시 언급되는 것은 할머니의 문제의식을 부각하며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정의연의 사업작풍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케어(Care,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의 전신인 가주한미포럼이 해외 최초의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을 때, 건립식 마친 후 정대협의 윤미향 대표가 현지에 엘에이 나비를 조직하고 돌아간 사실이다. 이 문제는 현지의 뜻있는 사람들 중에도 알려져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하였으나 "위안부 운동에 금이 갈까봐 쉬쉬"했던 사건이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는 진작에 밝혀지고 공론화되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해외 현지에서 성과를 이룬 단체가 있는데 그 단체의 행사에 갔다가 정대협과 직접 연대하는 단체를 그 지역에 별도로 만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긴 하다. 패권주의라고 표현하면 많이 서운할까? 




가주한미포럼에서는 평화의 소녀상을 직접 구입하여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글렌데일 시에 기증했다. 2013년 7월 평화의 소녀상은 글렌데일 시 중앙도서관 앞에 건립되었으며, 할머니들이 돌아가셨을 때 추모의 장소로 쓰이기도 하고 매년 7월 글렌데일 시가 정한 '위안부의 날'에 기림행사를 하고 있다. 작년에 소녀상이 훼손되었을 때는 범인을 잡은 후 시에서 CCTV까지 소녀상 주변에 설치하였다고 한다.  



다음은 해당 인터뷰 링크

https://www.ytn.co.kr/_ln/0101_202005260834308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