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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리스 되리의 미용사] 낙천적이면서도 분노할 줄 아는 카티 쾨니히, 미학 찾는 크리거

 

도리스 되리 감독의 "미용사"

낙천적이면서도 분노할 줄 아는 카티 쾨니히, 미학 찾는 크리거

14일 베를린 영화제에서 첫상영, 18일 개봉


도리스 되리 감독의 '미용사'214, 베를린 영화제에서 선을 보여 천8백 관객으로부터 끝날 줄 모르는 갈채를 받았다. 독일 내 극장 개봉일은 218.

거의 모든 것을 잃은 실업자 주인공 카티 쾨니히는 딸 율리아랑 함께 베를린 마르찬 구역 아파트촌에 산다. 그가 자라난 동독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정원 딸린 집도 없다. 남편은 다른 여자랑 산다. 함께 사는 딸은 가정이 깨진 것은 엄마 책임이라며 불만이다. 일하고 싶지만 시켜주는 사람이 없다. 서류만 챙겨서 가져오면 확실하게 채용해 준다던 미용실에서는 사람을 보자마자 면담조차 피하려 든다.

활발하고 낙천적인 카티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아예 가게를 차리기로 마음먹는다. "크리거"의 미용실 옆에다 직접 미용실을 열기로 작정한다. 은행과 관청과 카운셀러들을 만나면서 또하나의 싸움을 하게 된다. 낙천적이지만 분노할 줄도 알고 거만한 은행직원을 야단칠 줄도 아는 쾨니히는 지치지 않고 그렇게 삶의 안정을 만들어 간다. 그런 과정에서 미용사 실케, 여자같은 죠, 베트남 청년 티엔처럼 좋은 사람들을 점차 만나게 된다.

영화언어는 그냥 줄거리가 말해주는 것 이상의 뜻을 슬그머니 보내준다. 큰 미용실 주인 "크리거"가 카티 쾨니히더러 "미용업은 미학적이어야 하는데 당신은 미학적이지 않아" 하면서 채용을 거부하는 순간 관객들은 누가 더 미학적인지 판단해야 하는 의무감에 밀려든다. 찌그러진 표정을 짓는 크리거 여사 앞에서 눈치밥이라곤 모르는 카티가 생글거리는 모습은 신선하기만 하다. 상당히 늙은 데다 솔직하지 않은 미용실 주인이 더 미학적인지 몸집이 좀 뚱뚱하지만 낙천적인 카티 쾨니히가 더 미학적인가 하는 문제 앞에 관객은 잠시 숨을 멈출 수도 있다. 물상화되고 우상화된 미의 기준에 대해 잠시 다시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영화가 심각한 것은 아니다. 경쾌하다. 편안하게 웃을 거리를 전해 준다. 생각 속에서 금지된 것을 살금살금 풀어주는 맛도 있다.

미용실 주인 이름 "크리거""전사" 혹은 "전쟁꾼"을 뜻하고 실업자 미용사 카티의 성이 “왕”을 뜻하는 "쾨니히"이란 점을 보면 사람 이름이 주는 상징성도 재미있다. 조금은 동화 같으면서 생각거리를 남기는 따뜻한 영화.


사진: 티엔(김일영 분)과 카티 쾨니히(가브리엘라 마리아 슈마이데 ) © 2009 Constantin Film Verleih GmbH © 2009 Constantin Film Verleih GmbH

[풍경 2호, 2010년 3월,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