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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베를린 도이체 오퍼] 라헨만의 '성냥팔이 소녀' 혹은 적군파 전사 구드룬 엔슬린

[풍경 32호 7면 / 2012년 9월] 베를린 도이체 오퍼


'성냥팔이 소녀'

안데르센의 동화에선, 사람들이 벽난로를 피운 집 안에서 따뜻하게 축제를 즐기는 동안 바깥에서는 성냥팔이 소녀가 얼어죽는다. 그러나 라헨만의 '성냥팔이 소녀'는 동화 줄거리를 그대로 반복하지만은 않는다.

 

 

Helmut Lachenmann                                                                                          (c) Astrid Karger

 

파티하며 즐기는 사이 한쪽에서는 한 소녀가 얼어죽어가고 있는 사회의 비정함에 대한 강렬한 비판을 담은 이 오페라는 '사회의 냉혹하고 매정한 측면과 현대인의 불안에 대한 음악적 연구'(베를린 도이체 오퍼)로 칭해진다. 안데르센의 동화보다 짧은 두 가지 이야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적군파 테러리스트 구드룬 엔슬린의 말을 소리재료로 삼았다.

한쪽에서는 소리없이 죽어가는 성냥팔이 소녀가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러한 상황에서 소비주의 백화점에 방화를 하는 테러리스트가 있다.


라헨만의 오페라 '성냥팔이 소녀'가 1997년 1월 26일 함부르크 국립극장에서 첫공연을 하였을 때 당시 예상치 않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성냥팔이 소녀'는 베르크의 '보첵'과 침머만의 '병사들(Soldaten)'과 함께 20세기 오페라사의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매김되었다.


베를린 도이체 오퍼는 2012/2013 공연기를 시작하는 9월에, 상임작곡가로 '성냥팔이 소녀'의 작곡가 라헨만을 집중조명하기로 했다. 9월 10일 18시 30분에 열리는  Opernwerkstatt(입장료 5유로)에서는 '성냥팔이 소녀'의 공연준비와 제작과정을 참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곡가 헬무트 라헨만과 함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토론할 수 있다.

 
작품은 까다롭고 연주하기 불편하여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 연주자들이 자신의 악기를 새로 사귀어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난해하다고 하지만, 15년 전 첫공연부터 지금까지 최소한 65회 공연을 지휘한 로타르 차그로체크는 그런 어려움을 넘기는 보람이 분명 있는 공연이라고 자신한다.

 
18일과 21일에는 '현악사중주'의 특별한 공연이 있다. 공연장은 도이체 오퍼가 있는 비스마르크 거리 35번지이다. 공연장 안과 밖, 무대와 포이에에서 음악은 어떻게 들리는가? 음악과 소음을 비롯하여 다양한 소리 체험으로 안내하는 시간이다. 청중은 네 사람의 음악가를 따라 새로운 소리체험의 세계로 안내된다. 끊임없이 새로운 소리를 추구하는 음악 앞에서 청중은 오래된 습관에서 벗어나 열린 감성으로 라헨만의 세계과 교감을 준비를 해 보아야 할 것이다.


20일 공연부터는 '성냥팔이 소녀' 공연에 앞서 45분간 작곡가가 직접 작품소개를 하기로 되어 있다.

라헨만은 일상과 놀이에서는 경계의 체험을 하고 모험을 즐기는 이들이 있지만 음악공연장에서는 과연 그러한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음악공연장을 찾는 청중에게도 극단의 소리 체험을 제공하고 싶은 라헨만은 청중을 적극적인 듣기로 끌어들이려는 음악인 유형이다.

 

프리미어: 15일 20시 (38-122유로)
그외 공연: 19, 20, 22, 23일 (2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