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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평화 소녀 독일 상륙

평화 소녀 독일 상륙

12월 10일, 유엔이 정한 국제인권기념일에 프라이부르크 도심에 건립


소녀들의 이름은 많다. 지난 80여 년이 그들을 이렇게 저렇게 불렀다. 일본군들은 그들에게 “천황”이라는 존재가 내려준 “하사품”이라고 했다. 


아티스트 김인옥은 올해 봄 하이델베르크 게독 전시회에서 그러한 발상으로 인간 존재에 어떤 비인간적 도발이 가해졌는지를 형상화하였다. 


그들은 또 “위안부”라 했다. 전장에서 군인들에게 “위안”을 준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소녀들은 “노예생활”을 살아야 했고 조선인 소녀들은 “포로”였다. 


그동안 정신대대책협의회(약칭 정대협)의 활동을 통해 오늘날은 “위안부”란 이름을 쓸 때는 반드시 따옴표를 쓰게 되었다. 한편, 실질적인 표식 “성노예”라는 사실상 표현을 쓸 때는 할머니가 된 소녀들에게 미안하다. 


무어라 이름 붙이기 미안한, 나라가 지켜주지 못한 소녀들에 대한 빚은 가해자 나라 사람이든 피해자 나라 사람이든 정신 제대로 박힌 사람이면 느끼는 일이다. 


그리고 소녀들에게 또하나의 이름이 생겼다. “평화”라는 이름이다. 고난의 삶을 산 할머니들이 유럽으로 미주로 호주로 다니면서 상상만 하여도 아찔한 그 기억을 역사의 증언을 위해서 공개하신다. 그 증언을 쾰른에서 처음 접한 나는 소낙비처럼 쏟아지며 흐물어지는 심정을 어쩔 줄 몰랐다. 그러면서도 존경했다. 할머니들은 더이상 피해자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역사 교육과 평화를 위해 정의로운 빛을 발하시기 때문이다.  


정대협의 일꾼들의 헌신과 할머니들의 증언이 없었다면 지난 12.28 한일 졸속합의의 부당함이라든가 부끄러움 또한 사회적으로 그렇게 격렬하게 인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박유하의 궤변 또한 그리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 


몸소 수난 당한 사람이 평화가 되어 빛날 때 권력의 농간과 가벼운 지식인의 세 치 혀는 그 빛을 이기지 못한다. 



유엔이 정한 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프라이부르크 시내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


일본의 궤변이나 방해는 그리 의미가 없다. 유엔은 12월 10일을 세계인권선언기념일로 정하여 전세계가 이날을 기리고 있는데, 올해 12월 10일에는 태양에너지의 도시 프라이부르크에 평화소녀가 상륙한다. 


수원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염태영 수원 시장은 8월 31일 디터 잘로몬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설치 장소와 건립 시기 등 후속 조치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었다고 한다. 


<평화의 소녀상>은 프라이부르크 시내 중심부에 건립되며 평화와 인권, 역사의 상징인 할머니들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특별히 유엔에서 정한 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맞추어 건립을 하기로 하였다 한다. 


같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염 시장은 그동안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둘러싸고 미국과 호주 등에서 일본측의 조직적인 방해 활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프라이부르크 잘로몬 시장에게 전했는데, 잘로몬 시장은 “일본정부나 극우단체들의 반발이나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일본은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획책하고 설치를 방해할수록 평화의 소녀상은 늘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견해를 피력했다고 한다. 


<평화의 소녀비> 건립 계획은 지난 5월 염 시장이 디터 잘로몬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장에게 친서를 보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회복, 국제사회의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하며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공식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잘로만 프라이부르크 시장은 “수년 간, 우리 프라이부르크 시는 여성의 권리 증진과 양성평등을 위해 다양한 정치적 활동과 캠페인을 벌여왔다”며 “자유의 상징이자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자는 의미에서 프라이부르크 시에 소녀상을 건립하자는 염시장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화답했다.


수원시와 프라이부르크 시는 지난해 11월 4일 도시혁신 분야 교류 등을 위한 자매결연을 체결하였으며, 염 시장과 잘로만 프라이부르크 시장은 둘다 1960년생이며 환경운동가 출신, ICLEI(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지방정부 네트워크)라는 지자체 환경협력국제단체의 집행위원이라는 여러 가지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수원시에서는 평화기념비 건립 일정 발표를 하고 이틀 후에는 건립 추진 위원회를 발족하였다.